안녕하세요. 꾸준곰탱입니다.
오늘은 2024년 12월 4일이고 제가 금주를 시작한 지 176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곳 캔버라는 저녁 무렵부터 또 비가 오네요. 오후에 많이 더웠는데 비 온 이후 시원하고 글쓰기에 딱 좋은 날씨가 됐습니다. 한국은 폭설이 때문에 남부 지방은 출근길 난리가 난 모양인데 이곳 호주 캔버라는 초여름 장마처럼 폭우가 쏟아졌다가 다시 이슬비가 내리고 햇빛 쨍쨍하다가 저녁 무렵부터는 적당히 시원하게 비가 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제가 올해 성취한 일 중에 가장 보람 되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약 6개월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금주에 성공했다고 표현하기는 아직 설익은 느낌이고 그렇다고 단주를 멈춘 것도 아니니 다소 어중간한 상황입니다만 분명 176일간의 단주는 대단한 일이고 제 스스로 매우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저의 경우 친가는 술을 좋아하는 편이고 외가는 큰 외숙부님 말고는 술을 안 마십니다. 어머니는 소주 한 잔에 얼굴이 빨갛게 변하는 그런 분이시고 나 또는 주량에 관해서는 외탁이라 요즘말로 알쓰입니다. 어머니랑 똑 같이 얼굴도 빨갛고, 온몸이 빨갛게 변합니다. 그런데 여동생은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잘 마십니다. 저만 좀 유별나게 어머니와 외가의 술 못 마시는 유전자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21살 성인이 될 때까지 술을 안 마셨습니다. 아주 드물게 동아리 선배들과 막걸리는 마시기는 했고, 1주일에 한 번 정도 맥주 작은 캔 1개로 학교 중문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기분을 내며 마시는 정도였습니다. 졸업 후에 회사에서는 술을 잘 못 마시는 사원이었고 선배님들도 체질상 못 마시는 것을 이해를 해 주셔서 억지로 술을 마시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입사해서 일한 부서가 설계실이어서 대체로 점잖은 선배님들이 많아서 술은 그렇게 강권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대리가 되고 난 후에 해외 파견 기회를 가지게 되어 6개월간 미국, 그리고 그다음 해는 프랑스로 파견을 갔었는데 이 파견이 술과 친해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맥주의 맛을 알게 됐습니다. 정말 다양한 맥주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술이 저렴했습니다. 그다음 해 파견 간 프랑스 파리에서는 와인의 세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는데 가급적 프랑스에서 근무하는 동안 와인은 종류별로 다 마셔보자는 주의로 퇴근 후 술을 즐기게 됐습니다.
이렇게 해외 파견 근무를 마치고 한국 복귀를 하고 난 이후부터는 퇴근 후에 항상 맥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안 마시는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맥주를 마시는 날이 훨씬 많았기에 그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술을 아주 즐기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일도 바쁘기도 해서 업무를 가지고 퇴근해서 서재방에서 맥주를 한 캔 따서 마시며 술심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게 하면 덜 힘들었기에 나름 재미있게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0여 년을 술을 가까이하며 살았습니다. 제 친가 쪽은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촌형과 동생은 술을 아주 잘 마십니다. 그래서 사촌들과 회동을 하면 아주 늦게까지 많이 마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주종이 맥주였는데 여름에 차갑게 마시다 보니 탈이 나는 경우가 생겨서 2년 전부터 주종을 와인을 바꿔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와인이 정말 잘 맞아떨어지는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체질에 맞는 술이 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이곳 호주에서도 프랑스 때처럼 와인 종류별도 즐기기도 하고 나름 재미있게 파견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나 올 6월에 어떤 사건과 함께 후회 없는 삶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술 없는 30년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그날부터 술을 마시지 않게 됐습니다. 오늘까지 176일이 지났고 이제 목표한 180일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단주 계속 실천해 볼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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