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꾸준곰탱입니다.
술 안 마신 지 오늘로 58일째입니다. 오늘 사건 사고가 많아서 하루 종일 정신없이 보냈네요. 호주 자회사에서 인허가 과정 중 중요한 한 가지를 완료하지 못해 2주일 뒤에 예정된 성능시험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20일 넘게 지연되는 Risk가 발생한다고 예상되어 몇 가지 상세 사항을 조사하고 1페이지 정도 정리해서 바로 본사 임원님께 보고를 했습니다.
괜찮다고 그래도 열심히 하라고 하는 긍정적인 회신을 받을 것이란 예상은 하지 않았지만 강한 질책과 함께 사업관리 책임자로서 일정에 대한 압박 내용도 포함된 험한 회신을 받게 됐습니다. 제가 직접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던 Project Manager이니 책임을 달게 받아야겠지요. 그래도 문제의 원인이 된 자회사 직원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을 떨쳐버릴 수는 없고, 무조건 내가 책임자이니 나에게 질책부터 쏟아내는 임원님의 메일이 상처가 많이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처음으로 아주 강하게 술 한잔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습니다. 1시간 정도 정도 사무실 밖을 나와 주변을 걸었습니다. 무척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일정을 단축하는 방안을 여러 가지 생각해 봤고 아무래도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문제의 중심에 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야 지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1시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해결방안을 강구하다 보니 문득 지금 상황도 나의 뇌가 이제 금주를 단념하게 하고 술을 마시게 하기 위해 더 깊이 상처받고, 더 아프고, 힘들게 스트레스를 받도록 만들어 내는 가짜 위기라는 즉 허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퇴근 후 동료들과 술 한잔 얘기 없이 퇴근했고 저녁식사 후 평소처럼 걷고 지금 책상에 앉아서 오늘 해프닝에 대해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오늘이야말로 술 마시지 않고 평정심을 찾은 제 자신에게 칭찬하고 도닥여주고 싶습니다. 꾸준곰탱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