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꾸준곰탱입니다.
금주한 지 76일째입니다. 20대 직장 다닐 때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맥주 작은 캔 하나 따서 시원하게 홀짝거리며 마시고 다운로드한 영화 보고 인터넷 서핑하는 것이 낙이었습니다. 영어를 당시에는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해서 해외 근무도 좀 하게 되었고 파견 근무할 때도 선배님들이랑 같이 할 경우에는 어김없이 맥주를 묶음으로 사다 놓고 일 마치고 와서는 음주를 즐기곤 했습니다.
주변에 동료들 중에는 애주가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술 잘 마시는 것이 직장에서 각광받는 경쟁력이기도 했고 그런 사람은 주변에서 인기도 많았습니다. 저는 요즘 말로 알쓰였습니다. 입사 후 회식에서 소주 2잔 마시고 토하는 등 정말 술 못 마시는 사람들 중에서도 유난히 못 마시는 사람 중 하나였고 그래서 직장생활 적응하려고 술을 일부로 마시기도 했습니다.
당시 소주가 25도라서 역겨울 알코올 냄새가 많이 나서 잘 마시지 못하고 맥주로 주로 마시다가 소주를 권하는 자리일 경우 힘겨워하면서도 객기 부리며 맥주와 섞어서 폭탄주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물론 눈치채셨겠지만 소주를 못 마시니 맥주에 섞어서 마셨고 그래야 겨우 목 넘김을 할 수 있어서 폭탄주로 만들어 먹었고 그렇게 소주를 받아 마시면 모두들 인정해 주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맥주에 익수 해져갔고 일 마치고 집에 와서도 일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맥주 3캔 정도 사다 놓고 마시면서 일을 하곤했습니다. 물론 아내도 그런 정도는 이해해 주는 분위기였고 그렇게 집에서 일마치고 맥주는 마시는 것이 그냥 용인되던 분위기로 정착되었고 그러다 보니 매일 맥주를 마시게 되는 상태가 되더군요.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습관이 되고 나니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맥주라서 괜찮고 많이 마시지 않기 때문에 괜찮겠지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데 아무런 문제업소 회사 생활에도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음주가 저의 생활을 조금씩 잠식해 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술 마시고 눈에 띄는 실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어서 저는 그냥 괜찮은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오래된 습관을 처음 놓게 된 것이 2023년 작년 이곳 호주 캔버라로 파견 오면서부터였습니다. 책 일기를 좋아하는데요 9년 전 읽은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이라는 책을 다시 읽으면서 몰입을 삶에 적용해 보고 싶어서 일을 마치고 매일 몰입연습을 했습니다. 2시간 정도 했는데 당시 꽤 무거운 주제로 몰입을 했었고 하다 보니 이게 중독성이 있더군요. 재미도 있고 좋은 생각들이 번쩍 떠오르면서 몰입에 익숙해져 갔고 주중에 술 마시는 것이 몰입에 방해가 되어서 주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깨달은 점은 중독성 있는 몰입연습이 음주습관을 이기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죠. 물론 그 후 계속해서 또 포도주를 며칠 연이어 마실 때도 있었지만 주중 술 안 마시는 습관이 루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와 6월 접어들면서 단주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습관은 더 강한 습관이 이기듯, 중독도 더 강한 중독이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깊이 생각해야 할 화두가 생기면 몰입을 하곤 합니다. 나중에 황농문 교수님 뵐 기회가 있다면 '몰입' 덕분에 음주 습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꼭 감사말씀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