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꾸준곰탱입니다.
금주한 지 108일째 되고 다시 불금이 돌아왔습니다. 술 안 마신 지 3개월이 넘으니 이제 낮에는 술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저녁도 포스팅하기 위해 제목을 적다가 아! 오늘이 108일 차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이제는 술에 대해서 매우 무덤덤해졌다는 말이 맞겠죠!
오늘은 금요일이라서 저녁을 빨리 먹고 캔버라 센터에 있는 Coles에서 장을 좀 봤습니다. 캔버라센터에 있는 Coles 내부에는 주류 판매점이 있어서 와인을 한 병 살까 하고 쉽게 유혹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일주일치 식자재만 메모한 대로 구입하고 바로 집으로 옵니다. 이전에는 주말마다 꼭 들러서 레드와인을 구입하기 때문에 매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는 인사를 할 정도로 얼굴이 익숙한 사이가 됐습니다만 이제는 주류 판매하는 곳을 처다 보지도 않으니 누가 근무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이것이 3개월간의 큰 변화중 한가지네요.
오늘은 아침에 같이 근무하는 여직원과 얘기를 나누면서 개인적인 가족사를 서로 공유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아버님이 아주 일찍 돌아가셔서 기억이 거의 없는데 그 여직원은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아침, 점심, 저녁식사 매끼마다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아침식사부터 술로 시작해 저녁까지 술을 마시자 어머니가 다섯 살 때 아버지와 이혼했다고 하더군요. 술로 인해 생기 슬픈 가족사 때문인지 제가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한국도 음주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에 못지않게 서양사람들도 술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같이 근무하는 호주인 친구 중에서도 매일 퇴근하면 맥주로 마무리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정말 매일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면 집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음주측정기로 자가 측정하고 알코올 수치가 나오면 늦게 출근하거나 아예 출근하지 않기도 하는 그런 친구입니다. 주말에는 긴장 풀고 마시기 때문에 많이 취해서 혀꼬부러진 소리로 제게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 보다 더 많은 호주인들이 술로 인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한국만이 알코올리즘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안도하기도 합니다.
이제 저도 108일을 지나 4단계 목표인 120일 단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파견으로 호주에 있어서 가족들에게는 금주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달에 휴가 들어가면 아내와 애들에게 살짝 알려줘야겠습니다. "아빠가 이제 그만 술과 헤어졌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