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꾸준곰탱입니다.
오늘은 2024년 12월 26일이고 호주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Boxing day로 휴일입니다. 이제 금주 시작한 지 200일 마일스톤이 이틀 남았네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세 번 보냈습니다. 올해는 여름이 오기 전 한국으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역시 생각만큼 프로젝트 일정이 따라오질 않는군요.
한국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한 것 중에 하나가 대한민국의 전력(Power) 공급 역량인데요. 한국은 무엇보다 촘촘하게 연결된 송전선로와 안정적으로 구성된 단계별 발전원의 안정성으로 인해 연간 정전(Blackout)이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예비 발전원도 탄탄하게 뒷받침되기 때문에 전기의 품질도 단연 최고 수준입니다.
최선진국 중 하나인 이곳 호주는 12월 중 거의 매주 몇 차례에 걸쳐 LOR (Lack of Reserve, 예비 전력량 부족) Notice를 했습니다. 그리고 12월에 시드니 일부 지역이 Blackout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한전 대표가 나와서 대국민 사과하고 산업부에서 비상 대책반 꾸리고 매일 국민들께 보고하면서 상황 개선을 했겠지만, 호주는 최대 도시에서 발생한 정전을 그냥 갑작스러운 Heat Wave로 받아들이고 있네요.
12월 들어서 호주전력청의 전력 매입 도매가격이 1 MWh당 17,500 호주달러까지 치솟아 올랐습니다. 17.5 달러 / kWh로 계산되니까 1 kWh에 한국돈으로 환산해서 대략 1만 6천 원이네요. 구글링으로 확인해 보니 한국은 저압의 경우 100 kWh 이하는 kWh당 60.7원이고 100 kWh 초과는 125.9원입니다. 물론 1대 1 비교는 어렵습니다. 2024년 한국의 전력거래도매가격 평균이 116원/kWh입니다. 물론 수급이 불균형이 발생할 때 갑작스럽게 270원 대까지도 오르기는 하네요. 그렇지만 호주처럼 16,000원까지 오르는 경우는 있을 수도 없습니다.
저도 왜 그런지 궁금해서 11월에 여름이 한창이지도 않을 때 저녁 6시경 예상 전력매매 단가 화면을 사진으로 한 장 담아 봤습니다. 12월은 매일 저녁 6시경이면 위의 그래프와 거의 동일했습니다.
아마도 신재생 에너지가 50% 이상을 차지하는 호주의 경우 태양광 발전이 현저히 줄어드는 일몰 무렵 퇴근하여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가지는 호주인들 특성상 전력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일 마치고 숙소에 도착해 5시 이후는 에어컨 풀로 틀어놓고 휴식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북쪽에 위치한 퀸즈랜드의 경우 여름 낮기온이 40도를 넘을 경우도 많이 있어서 매년 12월에 전력 수급이 심각하게 불안정해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호주도 원자력 발전소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매년 여러 석탄화력 발전소가 전력 생산을 멈추고 발전소를 해체합니다. 그 자리에 보통 수백 MW급 태양광 발전과 배터리(BESS,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전력저장장치를 설치하고 그 발전원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주는 수백 MWh에서 GWh급으로 에너지저장 장치를 설치하고 이를 대체 안전 전력공급 설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호주는 여전히 상당히 불안정한 전력 공급 시스템을 갖춘 선진국이라서 태양광, 풍력과 더불어 BESS가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규모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전력 품질의 안정화 때문에 배터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내륙의 활용하지 않는 땅들을 개발해서 보다 안정적인 전원 공급원 설비를 마련하는데 활용한다면 좋을 것 같은데 제가 잘 알지 못하는 개발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있겠죠?
오늘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낮기온 33도에 호주에서 존재하는 발전소 종류가 다 나왔네요. 이곳 호주에서 세 번째 맞이하는 12월의 여름이지만 '나 홀로 집에'가 방송되는 않는 호주의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요. 빨리 한국으로 복귀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